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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희
Archaeologist
포크
세희
(주)디지탈레코드
2025.06.04
01. Archaeologist
02. Is it a curse
03. 우리 좀 솔직해져 볼까요
04. Since 16
05. 겨울정원
06. Tide
07. February
08. 화석
09. Monsoon
10. 40
11. Ending Credit
12. Last Track


세희

- Archaeologist -




[라이너 노트]
손때 묻히며 땅을 파던 화자는 이내 깃털 브러시로 흙을 털어내며 유물을 건진다. [Archaeologist]는 기억의 단면, 감정의 잔해, 사랑한 것들과 아직도 물음표로 남아 있는 말들을 한 곡, 한 곡 발굴한 결과다. 발굴은 항상 질문에서 시작된다. 그 안에 정말 무언가 있을까? 있다면 나는 그것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을까? 정말 그것은 나일까?
2013년 결성 후 곧바로 셀프 타이틀 앨범을 발매한 드림게이즈 밴드 티어파크. 밴드의 보컬 세희는 티어파크 1집 이전에 자신의 솔로 1집 [일상 혹은 이상]을 같은 해 먼저 선보였고, 이후 12년의 세월을 거슬러 솔로 2집 [Archaeologist]를 발매했다. 주로 몽환적 풍경의 레이어를 겹친, 안개와 같은 음악을 들려주던 티어파크와 달리 싱어송라이터 세희의 앞선 솔로 작품은 사운드와 정서가 꽤 명료한 인디 포크 트랙으로 채워져 있었다. 이번 앨범은 조금 다르다. 밴드와 솔로 사이의 자리를 더듬는다. 어쿠스틱 기타와 목소리를 중심으로, 멜로트론과 신시사이저, 동료들의 드럼과 베이스, 피아노와 플루트 등이 드나들며 여전히 투명하지만 보다 풍성하고 환상적인 사운드를 완성했다. 그 자체로 개성 짙은 앨범이기도 하다. 화자가 차가운 현실, 때때로 뜨겁고 때로는 미지근한 관계, 서울과 시애틀, 여름과 겨울을 통과하며 남은 서사와 심상의 잔해를 드림 포크와 에테리얼 포크 사운드가 만든 투명한 꿈의 여백에 조심스럽게 눕히고 있다.
“I don’t wanna be the one...” “All that’s been…” 첫 트랙 ‘Archaeologist’ 속 반복되는 가사가 현실의 피로한 서정의 가장자리를 더듬으며 메시지를 남긴다: 무언가 이끌지도, 어디로나 떠나지도 않은 채 나는 그냥 이 자리에 있고 싶다고. 뒤를 잇는 ‘Is it a curse’와 ‘우리 좀 솔직해져 볼까요’는 예민하고 솔직한 자아를 내보이는 고백이자 세상과의 관계에 대한 유예 선언이다. 이후 노래는 더욱 투명한 내면을 파고든다. ‘Since 16’은 겉으로 장소를 말하며 시간을 되짚거나 이름을 감추며 관계를 말하고, ‘Tide’는 모두가 어찌할 수 없이 맞닥뜨리는 만남과 헤어짐의 파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식이다. ‘화석’은 모든 사랑이 시간 앞에 어떤 형태로든 굳어진다는 사실을 되새긴다. ‘40’에 이르러 세희는 나이를 언급하지만 이는 여전히 성장의 궤적 위에 있다. 지난 청춘을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올해의 봄을 헤아린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마지막 트랙을 남기며 펼쳐 보인 유물에 파묻혀 내일로 흘러간다.
고고학이 사라져가는 시대다. 많은 사람이 굳이 스스로를 더 깊이 파내지 않는 시대를 살아간다. 자신의 흔적 대신 통계를 복제하고, 침묵을 견디기보다 즉각적인 반응을 겨눈다. 땅에 파묻히고, 물에 가라앉은 조각을 건져 올리는 일. 깊은 한숨에 귀를 기울이며 부서진 자신을 조립하는 일. 자기 내면이라는 유적지에서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감정의 파편을 닦아내고, 묻힌 시간을 되새기며, 언어로 매장된 흔적을 발굴하는 일. 우리에게는 여전히 고고학이 필요하다.
무척이나 세심한 작품이다. [Archaeologist]는 단순한 발굴의 결과물 너머 여전히 발굴자의 손끝에 생생하게 남은 사유와 감정의 여분을 다채롭고 생생하게 소개한다. 앨범에는 담백한 노래와 소리가 꽉 찬 트랙, 리드미컬한 곡과 차분한 트랙, 멜로디컬하고 진행감이 뚜렷한 형태와 의뭉스러운 트랙이 교차하여 담겨 있다. 그렇게 세희는 조금 떨리지만 절절한 가창으로 자신의 진심과 열망을 마주한다. 어떤 부서짐도, 반짝임도 모두 껴안은 채.
지난 1집으로부터 사운드는 조금 달라졌고 세월은 12년이나 흘렀지만, 일상 속에서 이상을 바라보는 싱어송라이터 세희의 시선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영롱한 키보드와 뭉툭한 콘트라 베이스, 살가운 브러시 드럼 사운드가 은은한 재즈 그루브를 만들어내는 발라드 트랙 ‘겨울정원’에서 기어이 마음이 녹아내리는 걸 난 막지 않았다. 작은 변화 속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 주어진 시간을 있는 그대로 품어내는 일. 우리는 이를 꽤 괜찮은 예술 혹은 사랑이라 부를 수 있다.
- 대중음악평론가 정병욱(Byungwook Chung)


[Credit]
작사/작곡 세희 All Songs Composed and Written by s é h e e
연주 Performed by
세희 s é h e e (1-12 Vocals, 1,3,6,7,10,11 Acoustic Guitar, 2,9,11 Electric Guitar, 4,8,11,12 Synthesizers,
2,3,7 Mellotron, 4,7,11 Bass)
셀린셀리셀리느 SellinSellySelline (1,8 Acoustic Guitar, 7 Violin, 10 Drums)
송하균 Hagyun Song (1,4, Piano, 5 Electric Piano)
은도희 eundohee (2 Acoustic Guitar, Electric Guitar, Bass, 4 Electric Guitar, Synthesizer)
강전호 Jeonho Kang (2,4 Drums)
Courtney Bullock (2,4 Flute)
김주혁 Juhyuk Kim(5,9 Electric Guitar)
원호 Wonho (3 Electric Guitar, Mellotron)
김현규 Hyungyu Kim (5 Contrabass)
George Durham (8 Cello)
이준규 June Lee (9 Bass)
프로듀싱 세희, 셀린셀리셀리느 Produced by s é h e e, SellinSellySelline
편곡 세희 Arranged by s é h e e
편곡 은도희 (2) Arranged by eundohee
믹싱 셀린셀리셀리느 Mixed by SellinSellySelline
마스터링 셀린셀리셀리느 Mastered by SellinSellySelline
녹음 세희 (1,2,3,4,7,8,11,12) Recorded by s é h e e
셀린셀리셀리느 (1,6,7,8,10,11) Recorded by SellinSellySelline
Brad Wheeler (5,8) Recorded by Brad Wheeler
김효제 (9) Recorded by Hyoje Kim
디자인 홍수경 Design by Soo Hong
사진 오세애 Photo by oh se ae
유통 디지탈레코드 Distributed by Digital Rec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