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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밴드
A6 배구화
수요일밴드
㈜디지탈레코드
2018.05.23
01. A6 배구화 (with 트레바리)
02. A6 배구화 (Inst.)


수요일밴드

- A6 배구화 -




'A6 배구화': 기억에 색을 입힌다 - 김현희(SickAlien)


왜 하필 배구화인가.

초등 교직 사회 배구 문화를 학교 문화정치의 프레임으로 비판해 온 나는 다소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딱 한번만 들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곡이 끝나면 다시 재생 버튼을 누르게 된다.

나도 모르게 아마추어 밴드의 어설픈 연주 실력을 상상했던 모양이다.

일단 기타 인트로를 듣고 깜짝 놀랐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연주는 몹시 탄탄했다.

보컬은 청량하고 부드러운 매력이 있다. 후렴구는 흩날리는 벚꽃 같았다.

진부하다면 진부한 그림인데 이상할 정도로 추억을 자극하는 그런 느낌이다.


가사는 우연히 차에서 전 남친의 배구화를 찾은 여자의 이야기다.

이 참에 연락이나 해볼까 싶어 들어가 본 전 남친의 인스타에서

새 여친의 사진을 보게 된다는 가사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사담이지만 난 사실 배구를 정말 못한다.

교대 4학년 때 이리저리 끌려 다니며 본 배구 실기 시험은 악몽 같은 기억이다.

그때 어쩔 수 없이 주말에 운동장에 나가 아빠와 연습을 했다.

나는 불안과 짜증의 도가니로 기억하는데 아빠는 지금도 가끔 그때 이야기를 하신다.

내가 얼마나 투덜대며 운동장에 갔는지, 배구공을 붙잡고 어떻게 풀이 죽어있었는지,

가까스로 시험에 통과한 날 어떤 목소리로 기뻐하며 소리를 질렀는지 재미있다는 듯 말씀하신다.

난 그때 이야기는 하지도 말라며 투덜대고는 했다. 수요일 밴드의 노래를 듣는데 슬그머니 그때 생각이 났다.

오랜만에 다 큰 딸과 운동장에 나가 공을 붙잡고 벌인 사투가 아빠에게 어떤 기억일지 보인다.

수요일 밴드의 노래는 사람들의 기억에 색을 입힌다.


개개의 삶에는 문화정치의 프레임으로 잡히지 않는 작은 한숨과 웃음 같은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프레임 속에 갇힌 점들이 아니라 뼈와 살이 있고 피가 흐르는 진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든 삶은 진부하고 특별하다.

그 진부한 특별함을 흔적으로 남기는 것이 예술이라면, 수요일 밴드는 완벽하게 그 일을 해내고 있다.


무한한 응원을 보낸다.



-Credit-

작사, 작곡 : 박대현
노래 : 이가현
코러스 : 이충만
편곡 : 트레바리(이충만, 최지민)
기타, 베이스 : 이충만
드럼 : 최지민
녹음 : 이충만
믹싱 : 이충만, GoldieWatch
프로듀스 : 이충만
앨범 커버 : 유루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