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지탈 앨범 < Home

프로젝트 살
Project sal
기타
공프레스
㈜디지탈레코드
2017.10.12
01. 소리에는 뼈가 없다
02. 시왕다리를 셋으로 갈라라
03. 궁극적인 지속의 한가운데서 자유는 시작된다


프로젝트 살

- Project sal -




프로젝트 살(sal),
계속 생각나는 소리의 단편소설집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송기정은 드러머이다.

블루스 록밴드 프리다칼로와 김창완 밴드에서 활동했던 그는 이제 세션맨으로 더 많은 음악을 품고 있다.

과거 그가 밴드에서 활동했던 시절, 그의 드럼은 1960~70년대 록큰롤과 블루스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묵직했다.

쉽게 만날 수 없는 드러밍이었고, 록 마니아라면 누구나 좋아했을 음악이었다.

그러나 좋은 음악이 늘 인기를 끄는 것은 아니었다.

그 또한 스스로 록에만 묶어두려 하지 않았다.

그는 포크록과 재즈로도 눈을 돌렸고, 카혼과 젬배에도 거부감이 없었다.

모든 음악에는 리듬이 반드시 있어야 했기에 그는 다만 자신이 연주하는 리듬으로 음악의 틀을 잡는데에만 몰두했다.

묵직했던 연주는 때로 하늘거리듯 가벼워졌고, 다른 악기소리의 뒤편으로 물러나기도 했다.

자신이 주인공이 되기보다는 그저 음악 속에서 제 자리를 찾고,

함께 어울려 완성되고자 했던 그의 연주는 지난겨울 광장에서 피어오른 촛불 곁에서 더욱 보드랍고 따스했다.

그리고 그가 김현주와 함께 내 놓은 EP에는 또 다른 모습이 있다.

“프로젝트 살”은 연주인 송기정과 한때 비행선(1집) 보컬이었으며 지금은 이미지 예술가로 활동 중인 김현주라는

두 갈래의 평행선이 교차하면서 직조된 작업이라 할 수 있겠다.

[소리에는 뼈가 없다],

[궁극적인 지속의 한가운데서 자유는 시작된다],

[시왕다리를 셋으로 갈라라].

제목부터 모호한 곡들은 제목만큼 모호한 소리를 들려준다.

이곡들에 우리가 음악에 흔히 기대하는 멜로디와 리듬의 결합, 분명한 기승전결은 없다.

악기를 흔들고 내리치고 긁으면서 만들어내는 소음에 가까운 소리들이 길고 짧게 엇갈리고 이어질 따름이다.

프리재즈 혹은 즉흥음악에 가까운 이 세 곡의 음악은 현악과 타악에 노이즈를 결합시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음악의 전형에서 일탈한다.

모호한 사운드에 노랫말까지 없는 연주음악은 제목으로 기의를 드러내지만

사운드의 기표와 제목의 기의 사이 거리는 결코 가깝지 않다.

그럼에도 한 곡 한 곡을 듣고 있다 보면 어떤 흐름과 감정을 선명하게 감지할 수 있다.

잠시도 멈추지 않는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서 계속 피어오르는 생각과 욕망,

그 빛깔과 속도와 종착점이 어떤 것인지 말하지 않더라도 그 흐름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소리들은 문득 친근하게 느껴진다.

안간힘이거나 탄식이거나 시도이거나 토로이거나 그 어떤 것이든 사람에게 나서 사람에게 흐르고 있는 마음의 풍경과 닮은 탓이다.

스스로 정제하고 절제한 말과 표현만이 인간의 것이라고 우긴다면 어쩔 수 없지만

사실 인간의 마음 그 실체는 이 소리들에 더 가까울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전체적인 곡의 편집과 흐름이 연극적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그들에 따르면 보이지 않는 무대의 연출과 사운드를 재가공하는 과정들이 엮여

삶의 내러티브로 작동되도록 의도했으며, 그렇게 만든 청각적 공간은 메를로퐁티의 [살]이 말하듯

존재의 차원을 이루는 원소의 조합이 펼치는 풍경이라고 한다.

세곡 모두 흥미롭고 에너지가 삐쭉한데 그 중에서도 민속악을 재해석한 것처럼 느껴지는

[시왕다리를 셋으로 갈라라]는 단순한 연주를 지속하면서 긴장감을 불어넣고 그 에너지를 끝까지 끌고 간다.

조금 더 길게 이어나갔어도 좋은 연주이지만 간결하면서도 명확한 스타일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하다.

계속 생각나는 지난 밤 꿈같은 소리의 단편소설집.

마저 꾸고 싶은 꿈처럼 기다려지는 소리의 연작 소설이 이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