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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dwire
From Destiny They Called
메탈
IR엔터테인먼트
(주)디지탈레코드
2026.04.28
01. Crom Cruach
02. Jade, Lotus, Wildhunt
03. Azhi Dahaka


Deadwire

- From Destiny They Called -




어쩌면 우리는 멜로딕 데스 메탈을 크게 두 갈래로 구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데스 메탈과 스래쉬 메탈의 몰아치는 긴장과 불안을 뒷받침하기 위한 수단으로, 커다란 구조를 이루는 톱니바퀴의 일부로 멜로디를 활용하는 부류다. At the Gates의 [Slaughter of the Soul], 우리나라에서는 Method의 [Abstract] 같은 앨범들이 떠오른다. 이들은 비장하고 가쁘면서도 건조하다. 다른 하나는 파워 메탈의 서사적 측면을 데스 메탈의 구조적 복잡성과 과격성을 차용해 더욱 흥미로이 보완하는 부류다. [Are You Dead Yet?] 이전까지의 Children of Bodom이 그랬고, Amon Amarth는 가장 본격적이다. 이러한 기획들은 어쩌면 Iron Maiden을 더 빠르고 과격하게 연주하는, 그리고 브루털 보컬로 다시 부르는 일에 다름 아닐지 모르겠다.
Deadwire는 컨셉트를 사가의 형식으로 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 『고요의 바다: Black Velvet Sea』라는 소설을 설명하기보다는 ‘구축’하기 위한 수단으로 디스코그라피 전체를 구성하려 한다는 점에서 얼핏 후자의 기획에 가깝다. 그러나 첫 EP [From Destiny They Called]는 앞서 짚었던 장르의 두 가지 경향을 마치 Arch Enemy가 그랬던 것처럼 모두 높은 완성도로 재현해내고 있다. 두 가지 경로가 공통적으로 향하는 종착지는 서스펜스와 비장미인데, EP는 이를 고려해도 제법 매력적인 결과물이다.
『고요의 바다: Black Velvet Sea』가 서사적 측면에서 간직한 주요한 성격 중 하나는 총체성이다. 길가메시 신화, 무협, 환상 문학의 여러 모티프들을 마구 전유하고 뒤섞어 낸 이야기는 표면적으로 위기에 처한 세상을 구원하는 개인의 영웅 서사처럼 보인다. 그러나 서사의 근저에는 문명의 필연적 종언과 실패 그리고 영원회귀적 순환이라는 굴레 속, 일부로서 세계를 구성하는 개인이 세계와 운동하고 분투하는 역사를 넓은 시야에서 조망한다. 구원 서사가 아니라, 필멸하고 다시 발현될 것들에 대한 애도를 위한 서사라는 점에서, 『고요의 바다: Black Velvet Sea』는 종말론도 변증법적 역사도 아닌 역설적 세계를 지시한다. 그리고 역설은 긴장을 형성한다. 거대한 여정의 서막을 여는 [From Destiny They Called]가 위력적으로 드러내는 박진감 역시 이러한 긴장에 토대를 두고 있다.
EP의 첫 트랙 Crom Cruach로부터 마지막 트랙 Azhi Dahaka에 이르기까지, 근저에서 구조를 끌고 가고 때로 전면으로 드러나기도 하는 키보드 레이어는 Children of Bodom의 작법에 크게 빚지고 있다. 그러나 훨씬 직선적이다. 블래스트비트의 적극적 활용, Angela Gossow를 연상케 하는 시원시원한 보컬, 템포의 완숙한 활용, 역동적인 리프 덕이다. Deadwire는 멜로디 레이어를 쌓아 오페라적 분위기를 과장되게 연출하는 데 천착하다가 결국 유치해지고 늘어지는 ‘양산형’ 파워 메탈의 진부함을 걷어내고 압도의 감각만을 남겼다. 특히 대표곡으로 내세운 Jade, Lotus, Wildhunt는 빼어난 리프와 가장 Angela에 가까운 보컬, Dark Tranquillity를 연상시키지만 보다 날선 선율, 초기 COB와 미국 진출 COB 사이 어딘가의 절묘한 편곡이 돋보인다.
멜로딕 데스 메탈이 데스 메탈과 다르게 스펙터클적 인상을 남기는 방식이 뚜렷하게 들리고 기억에 남는 리프와 릭을 선보이는 것이라면, EP의 트랙들 중에서도 Azhi Dahaka는 특히나, 근래 우리 메탈 씬에서 이 방면으로 가장 성공적인 트랙일 것이다. 키보드가 전면에 나서고 다른 현악기들이 유니즌 플레이를 통해 뒷받침하는 리프는 풍부한 음압과 더불어 극적인 청취 경험을 선사한다.
여러 장르적 매력들로 충실히 무장한 [From Destiny They Called]는, 『고요의 바다: Black Velvet Sea』라는 음악극으로서 Deadwire가 선보일 디스코그라피의 야심찬 청사진이자 출사표로 손색이 없다. 앞으로 이어질 정규 앨범에 기대감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김로자
장르음악비평가, 대중음악웹진 온음 필진, 『로크 200: 한국 록 명반 200선 1964-2023』 공저


Credit

01. Crom Cruach
Compose - 'raven
Arrange - 'raven, john0
Lyrics - 'raven
Vox - 'raven
Guitar - Gterang, Sorim, Jae Seol Lee
Bass - 'raven
Keys & Synth - 'raven, john0
Drums - Sunny

02. Jade, Lotus, Wildhunt
Compose - 'raven
Arrange - 'raven, john0
Lyrics - 'raven
Vox - 'raven
Guitar - Gterang, Sorim, Jae Seol Lee
Bass - 'raven
Keys & Synth - 'raven, john0
Drums - Sunny

03. Azhi Dahaka
Compose - 'raven
Arrange - 'raven, john0
Lyrics - 'raven
Vox - 'raven
Guitar - Gterang, Sorim, Jae Seol Lee
Bass - 'raven
Keys & Synth - 'raven, john0
Drums - Sunny

Mix & Mastered by john0
Artwork by 'raven, john0

Thanks to
- 'raven: Ridingbass, Moon Guitars, Berklee GT Repair Lab, The One Music, Sandberg Guitars, Marleaux Bass, Caveman Audio, Trondheim Audio, Darkglass Electronics, J.R.R.Tolkien, Cliff Burton, Alexi Laiho, Crom Shin, and.... all my beloved one
- john0: cheese tteokbokki
- Gterang: Myself
- Sorim: our deadwire, Ibanez, strandberg
- Jae Seol Lee: To our team and dean
- Sunny: to our amazing team